전북

검색
  • 0
닫기

행운수퍼vs좋은교회vs명륜맨션, 호남 첫 교회터 고증 대립

0

- +

세 가지 설, 모두 청학산 언덕… 지리적 범위 좁혀져
한국 문헌 '완산도형' 새롭게 주목… 명륜맨션 설에 힘 실려
첫 교회당 사진 논란도 종지부… 기존 사진, 은송리 예배당 아냐

호남 최초 교회터 고증을 위한 힉술세미나가 24일 전주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호남 최초 교회터 고증을 위한 힉술세미나가 24일 전주기독교근대역사기념관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호남 최초 교회인 은송리교회 예배당의 정확한 위치를 둘러싼 학술적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주서문교회와 호남 개신교회의 모태가 된 이 역사적 공간의 위치에 대해 세 가지 상이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전주근대역사기념관에서 개최된 '호남 최초 교회터 고증을 위한 학술세미나'에서 광신대학교 이재근 교수는 은송리 예배당을 둘러싼 논쟁이 두 가지 핵심 쟁점으로 압축된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교회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이며, 둘째는 그동안 첫 교회당으로 알려진 초가집 사진의 진위 여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첫 교회당 위치에 관해서는 '행운수퍼 옆 공터', '좋은교회 옆 밭', '명륜맨션' 세 가지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행운수퍼 옆 공터' 설은 초기 신자 유춘경의 구술 증언에 기초한 것으로, 당시 선교사 집에 출입했던 인물의 직접적 경험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김대전에게 전승된 구술 증언을 뒷받침할 문헌 증거가 부족하며, 특히 '완산도형'에 그려진 언덕 공간보다 낮은 평지에 위치한다는 점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학술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는 광신대학교 이재근 교수학술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하는 광신대학교 이재근 교수 
그러나 이 교수는 "김대전에게 전승된 구술 증언을 뒷받침할 문헌 증거가 부족하며, 특히 '완산도형'에 그려진 언덕 공간보다 낮은 평지에 위치한다는 점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좋은교회 옆 밭' 설은 당시 도로 상황과 자연 지형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으며, 용머리고갯길로 알려진 옛 길이 선교 활동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지지할 만한 문헌증거와 구술증언이 더 확보되어야 하며, '완산도형'이 실제 지리를 정확히 표현한다면 이 위치는 지도상의 미국인점옥처 바깥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한계가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명륜맨션' 설을 주장하는 김경미 교수의 연구는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선교사 문헌이 아닌 한국 문헌인 '완산도형'과 '고종실록'에서 완산 선교지부와 첫 교회가 묘사된 사실이 처음 발굴되었다"며 "이 한국 문헌이 선교사 기록과 비교 검토할 때 상당한 역사적 신빙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김경미 교수는 "완산도형에 기록된 와가삼처(기와집 3채)와 초가오처(초가 5채)는 1900년 초 전주선교부 자산현황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며 "다섯 채의 초가집은 교회 1채, 선교사주택 3채, 진료실 1채로 구성되었고 그 중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한 초가가 은송리 예배당"이라고 지목했다.

김경미 교수의 논문 「완산도형」에 구현된 초기 개신교 전주스테이션 (자료 제공=김경미 교수) 김경미 교수의 논문 「완산도형」에 구현된 초기 개신교 전주스테이션 (자료 제공=김경미 교수)  
또한 김 교수는 "언덕 위 기와집 3채는 1897년 12월 입주한 레이놀즈 선교사 가족의 주택 1채와 창고 1채, 그리고 1898년 1월 24일 입주한 테이트 선교사 남매의 주택 1채"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랫동안 은송리 첫 예배당 사진으로 알려진 '초가집 앞에 서 있는 노년의 테이트' 사진은 실제 은송리 교회당을 찍은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사진 속 주인공의 노쇠한 외모, 원본 사진 뒷면의 기록, 편집된 선교보고 기사에 부가된 사진의 '시골 교회'라는 손글씨 등을 볼 때 은송리 교회당 사진이 아닌 것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은송리 첫 예배당 사진으로 알려진 '초가집 앞에 서 있는 노년의 테이트' 사진은 은송리교회가 아닌 정읍 매계교회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료 제공=김경미 교수)오랫동안 은송리 첫 예배당 사진으로 알려진 '초가집 앞에 서 있는 노년의 테이트' 사진은 은송리교회가 아닌 정읍 매계교회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료 제공=김경미 교수) 현재까지 발견된 은송리 예배당의 유일한 시각적 자료는 "1905년 새로운 기와 예배당으로 이전하기 전의 초가 예배당 건물 앞에서 두 여성 선교사와 한국 여성 신자들이 찍은 단체 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경미 교수는 논찬을 통해 "완산도형에서 묘사하는 미국인점옥처, 즉 전주선교부의 위치는 청학산이라는 별칭을 가진 완산언덕"이라며 "잉골드 선교사는 이 언덕을 성경 속 시온의 언덕으로 칭했고, 레이놀즈 선교사가 기록한 편자모양의 땅은 한학자 석정 이정직이 청학산기에 기록한 '활처럼 굽은 땅'의 다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1918년 근대식 축척으로 제작된 전주지도와 비교하면 완산도형의 방위와 지형이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된 것임을 알 수 있다"며 "오늘 논쟁의 세 가지 학설 모두 청학산 주변의 지점들을 설정하고 있어, 상호 옳고 그름의 쟁점이 아닌 세부적인 위치에 가깝게 진일보한 결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메티 테이트 선교사와 마티 잉골드 선교사가 한국 여성 신자들이 찍은 단체 사진이 현재까지 발견된 은송리 예배당의 유일한 시각적 자료로 추정되고 있다.(자료 제공=김경미 교수)메티 테이트 선교사와 마티 잉골드 선교사가 한국 여성 신자들이 찍은 단체 사진이 현재까지 발견된 은송리 예배당의 유일한 시각적 자료로 추정되고 있다.(자료 제공=김경미 교수)이번 학술세미나를 주최·주관한 전주시기독교연합회와 기독교문화유산보존위원회는 "앞으로도 추가 학술 세미나와 현장 조사 등을 지속해, 호남 최초 교회터 확정을 위한 자료 수집과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천기사

스페셜 이슈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