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계교회 순교사적지 제11호·역사사적지 제43호 지정 감사예배가 지난 17일 열린 가운데 예배 참석자들이 제막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정읍 매계교회가 한국기독교순교사적지 제11호와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 제43호로 공식 지정됐다. 지난 17일 열린 지정 감사예배에서는 순교자 등재 및 사적지 지정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김종혁 총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매계교회는 순교적 신앙을 계승해 빛을 발하는 교회로 우뚝 서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며 "모든 성도들이 순교적 신앙을 계승하는 결단으로 하나님 앞에 서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순교자증서와 함께 순교사적지 및 역사사적지 지정서를 교회 측에 전달했다.
총회장 김종혁 목사가 유족에게 순교자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매계교회 박종남 목사는 "더 거룩하고 복음적인 교회로 성도들과 함께 아름다운 신앙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참석자들은 이후 사적지 현판 제막식 장소로 이동해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순교자로 등재된 박봉래 장로는 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후 매계리로 내려와 교회 부흥에 헌신했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남침한 인민군에 의해 같은 해 8월 5일 태인 돌미산 언덕에서 순교한 것으로 기록됐다.
함께 순교자로 등재된 박동춘 집사는 매계교회의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는 6·25 전쟁 중 인민군에게 붙잡혀 갖은 고난을 당했다. 정읍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하면서도 "주님은 나의 죄를 용서해 주시기 위해서 십자가에 매달려 피 흘려 돌아가셨는데 저인들 무엇이 두렵겠습니까?"라는 말을 남기며 1950년 9월 28일 순교했다.
매계교회는 전북 서남부 최초의 교회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 남장로교 7인 선발대 중 한 명인 루이스 테이트 선교사에 의해 전도된 최중진을 통해 1900년에 설립됐다. 최중진은 선교사를 돕는 조사로 활동하던 중 매계리에서 동네 유지였던 황운섭을 만나 전도했고, 이를 계기로 'ㄱ'자 모양의 매계교회 예배당이 건립됐다.
현재 매계교회는 126년의 역사와 낡은 예배당을 간직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 70세 이상의 성도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교회 측은 자신들을 "청년교회"로 규정한다. 매계교회 성도들은 과거를 그리워하기보다 내일과 미래를 기대하는 진취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내일을 더 소망하는 청년교회"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순교사적지 및 역사사적지 지정은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매계교회가 지닌 역사적, 신앙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