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영국 총리에 취임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총리 관저 앞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이번 영국 총선에서 야당이었던 노동당이 412석을 얻어 121석에 그친 여당 보수당을 압도적으로 이겼다(landslide victory). 이로써 노동당이 집권하여 새 정부를 출범하게 되었다. 이러한 승리는 누구의 공로일까? 노동당을 이끌고 이제 총리가 된 키어 스타머는 어떤 인물일까? 영국의 한 국민으로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영국의 미래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이번 노동당 승리는 영국 국민들이 열광적으로 기대한 결과라기보다는, 당시 상황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즉 불과 4년 전 당수직을 맡은 스타머의 개인적 능력이라기 보다는, 브렉시트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드러난 보수당 정부의 잘못된 처사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스타머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잘 부응했고, 그로 인해 좋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며 영국 국민들은 다양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기대감, 후회, 기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안도감 등등. 어쨌든 선거는 끝이 났고 이제 국민들과 언론은 선거 결과에 대해 더욱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할 때다. 특히 영국의 전통적인 공공 모임 장소인 선술집(Pub)에서의 대화도 달라져야 한다. 패자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대신, 품격 있고 미래 지향적이며 생산적인 대화가 주제가 돼야 한다.
그럼 영국 정부 총리가 된 키어 스타머(Keir Starmer)는 과연 누구인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는 무신론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필자는 성경 말씀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시편 14:1)를 떠올리며 그를 위한 기도를 제안한다. 그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채식주의자이며 그의 아내는 자유주의 유대인이다. 최근 여러 미디어 인터뷰에서 그는 특별한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금요일 밤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안식일(유대교 Sabbath day)을 준수한다고 밝혔다. 또한 기독교 '라디오 방송 프레미어'와의 대담에서 기독교를 높이 평가하고 믿음을 통한 연대감을 존중한다고도 말했다.
필자가 18년째 사역하고 있는 Southwark Cathedral(서덕 교구의 대성당)과 관련하여, 스타머 총리는 태생부터 성장 과정까지 서덕 교구와 여러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예상대로, 그가 주말을 가족과 보낸다는 이유로 일부에서는 그를 "시간제" 총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 정치인들이 때로는 시간을 내어 휴식을 취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며, 이는 성경적 관점에서도 옳다고 본다.
유크디지털뉴스(유크디지N / 유럽 크리스천 신문) 영국지국장 민경수 목사/선교사필자는 독자 기독교인들과 함께 스타머 총리를 위해 기도하고 싶다. 새로운 정부와 상관없이, 그가 영국과 세계를 위한 총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 예수를 따르는 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는 모든 이에게 지침이자 근본적 진리의 원천이신 구세주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영국에는 학교, 정부 기관, 궁정, 교회, 경찰, 소방서 등 다양한 곳에 목회적 돌봄을 제공하는 Pastoral Worker나 Chaplain이 있다. 이는 기독교의 영향력이 쇠퇴했다고 여겨지는 영국에서도 여전히 기독교의 저력이 숨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채플린으로서, 그리고 한 국민이자 기독교인으로서 새 정부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이 글을 통해 적어 본다.
1. 그 말씀대로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것이다.
고국의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각 정당의 모습을 타국에서 지켜보며 우리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곳 영국에서도 정치의 양상은 비슷하다. 주요 정당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중도를 향해 이동했고, 과거에 비해 정당 간의 차이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전도서 1장 9절의 말씀을 상기해 보자.
"이미 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지라. 해 아래는 새 것이 없나니" (The thing that hath been, it is that which shall be; and that which is done is that which shall be done: and there is no new thing under the sun.)
이 말씀은 우리가 포기하거나 냉소적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세는 일시적인 정부의 성격이 아닌, 하나님의 변함없는 섭리에 믿음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관찰자로서 정치인들이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국민을 잘 섬기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2. 인간이 항상 창조주를 바라보듯, 정치인 역시 바른 신앙인의 자리에 굳건히 서야 한다. 그어떤 것 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바른 성품과 인격이다. 그리고 사람의 성품과 바른 인격은 믿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고한 윌리엄 윌버포스와 같이 지고지순한 사명을 이해하는 젊은 기독교인들을 의회에 두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들의 믿음, 성품, 그리고 진실성은 다른 정치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을 달리한다 해도 그들은 굳건한 믿음의 저력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 설령 그들이 무신론이 팽배한 사회에서 이단자로 여겨져 핍박을 받으며 극도의 외로움을 느낄지라도…
혹자가 표현했듯이 개신교의 설교단(Pulpit) 사역은 근대사에 가장 크고 효과적인 역할을 한 삶의 에이전트였다. 우리 기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때로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우리 구주 예수님은 국회의원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정치가들에게는 바른 도전을 생각케 해주셨다. 정권에 담대히 도전하고 불의에 적극 맞서며 공의로운 질서를 개척하셨다. 어느 정당에도 소속되지 않았지만, 당대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올곧은 방향을 제시해 주셨다. 이제 우리도 사회악을 보면 그분이 가르쳐 주셨던 의의 질서로 과감히 맞부딪쳐야 할 것이다.
3. 국민과 함께하는 삶의 윤택을 위한 변화에는 시간과 인내가 인내가 필요하다.
우리 삶에서 경험하듯 정치, 사회, 심지어 종교적 삶에서도 우리는 변화가 가져올 영향을 성급하게 바라곤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반드시 엄청난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곤고한 삶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믿음과 인내 속에 주님의 섭리만을 바라보며 권세 있는 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4. 안정적인 삶을 통해 바른 길로 인도받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선거가 진행된 7주를 돌이켜보면 보수당과 노동당이 끊임없이 제기한 화두는 '확실성' vs '변화'였다. 리시 수낙(Rishi Sunak)은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은 미지의 영역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고수하는 것만이 확실성이라고 기치를 내걸었다. 반면 스타머(Starmer)는 'Stomer'라는 애칭을 통해 광풍을 몰고 온다며, 14년간의 보수당 정부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려 노력했다. 그는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목청을 높였다.
기독교 신앙에 따르면 두 메시지 모두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북아프리카 교회의 교부 어거스틴은 한때 하나님을 "항상 오래되고 항상 새로운 분"이라고 불렀다. 안정성과 변화,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영원하신 하나님의 확실성에 올바르게 초점을 맞춘다. 그분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동일'하시며 우리는 그분을 소중히 여긴다. 하나님의 변함없는 임재와 아름다움은 시간을 초월하고 영원하다. 그분은 열려 있는 사람들을 언제나 새롭게 하시고, 우리가 사회를 움직이고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 되도록 준비시키신다.
따라서 요한은 이렇게 표현한다.
And he said unto me, It is done. I am Alpha and Omega, the beginning and the end. I will give unto him that is athirst of the fountain of the water of life freely. 또 내게 말씀하시되 이루었도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처음(ἀρχὴ)과 나중(τέλος)이라 내가 생명수 샘물로 목마른 자에게 값 없이 주리니, (Revelation 계. 21:6) 아멘!